'유품'에 해당되는 글 1

  1. 2010/10/14 “내가 죽으면 내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어떻게 될까?” (5)



‘내가 죽으면 내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어떻게 될까?’

혹시 제목과 같은 고민을 해보신분이 있으신가요? 제 생각으로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10~30대이고, 이들은 모두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죽는다’라는 인지를 못하고, 아니 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연예인들의 사망사고, 천안함 희생자들이 남겨놓고 간 디지털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금 ‘사후(死後) 디지털콘텐츠 관리에 대한 법적 제도 마련’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사망했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은 현재로는 없습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렇습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제 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개인정보의 취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A의 가족들이 A의 디지털콘텐츠를 보거나 관리하고 싶어도 포털업체들은 이를 위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다는 얘기입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정말 사자(死者)가 생전 자신의 모든 기록들이 삭제되기를 바랄까요? 자신과 다른 사람들간의 소통의 글귀 하나하나 모두 지워야 하는게 정답이까요?

다음과 SK컴즈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자의 유족들에게 사자의 개인정보를 알려주거나 콘텐츠를 백업해주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자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제3자가 관리될 경우에는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NHN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NHN은 사자의 사망증명서, 사자와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으면 사자가 남긴 ‘디지털유산’을 백업해서 제공합니다.

단, NHN이 제공하는 디지털유산은 웹상에 일반공개가 된 콘텐츠나, 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부분만 해당됩니다. 이른바, 미투데이나 블로그 공개 게시물이 이에 해당되겠군요.

이는 현행법상 ‘사자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자가 남긴 유산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같이 포털업체들 별로 사자에 대한 정책이 상이한 이유는 국내에서는 ‘사자가 남진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취급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서비스업체들은 ‘제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규정을 지키고 있는 것이죠. 물론 법대로 한다면 위탁도 가능하지만,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동의를 받겠습니까?

지금 법제도로는 절대 무리입니다. 아참, 유언장을 써두면 가능하겠네요. 그렇다고 창창한 나이에 “내가 죽으면 내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가족들에게 넘겨주세요”라고 유언장을 쓸 수도 없는게 현실이지 않겠습니까?

<인어증후군을 앓다 지난해 사망한 샤일로 페핀의 페이스북>



해외의 대표적인 SNS 페이스북의 경우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웹상에 남아있는 프로필과 사진을 지우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의 요청 여하에 따라 남긴 파일을 보존해 추모 사이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맥스 켈리 페이스북 보안 담당자는 “사용자가 사망해 우리 곁을 떠났어도 우리의 기억이나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떠나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고인의 이야기를 저장하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추모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국내 사례도 있습니다. NHN은 미투데이에서 ‘야곰6’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던 스무살의 젊은 여성 사용자가 사망하자 그녀의 프로필사진에 검은띠를 두르고 ‘Rest in Peace 1991-2010’라는 글을 달아놨습니다. 그녀의 지인들이 사망 소식을 NHN에 알리고 추모공간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한 것이죠.

이에 NHN은 유족과 경찰 등을 통해 사실 확인후 추모 페이지를 마련하고, 고인이 미투데이에 남긴 글과 사진들도 계속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일부분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관련 법이 전혀 제정돼 있는 상황이 아니라 포털업체들도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금의 개인정보보호 법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는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건국대에서 열린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 관리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는 “디지털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 현황에 비춰볼때, 민법상 ‘디지털 정보’에 재산권적 성격을 부여하고 일정한 권리의 대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외대 심영석 교수는 “해외에서는 사자의 정보일지라도 유족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한 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사자의 디지털유품에 대한 처리와 관련해 공적인 사안과 사적인 사안에 대해 구분하고 유럽처럼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과 합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하루라도 빨리 사자의 디지털유품에 대한 관련법안 제정이 시급하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사자의 미니홈피/블로그에 대해, 큰 선호가 있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사망자임을 식별하거나, 표시하는 형태의 서비스 보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용자들이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슈로 만들어야 하루라도 빨리 법이 정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봅니다.



2010/10/14 15:01 2010/10/14 15:01